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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하다 - 조승연 지음. 프랑스에 살다온 느낌을 주는 책

215페이지, 2018년 8월, 8개 목차, 손바닥 조금 넘는 사이즈, 가지고 다니면서 읽은 책.

책의 내용이 너무나 깔끔하고 알차다.

조승연 작가는 글을 잘 쓰는 작가구나 라고 생각했다. 수 많은 인문학 강사나 작가들이 책을 읽어봤지만, 책의 내용이 이렇게 적절하고 깔끔한 책은 처음이다.

 

작가가 직접 프랑스에서 약 5년정도 지냈을 때 느꼈던 것을 적어놓았는데, 마치 친한 선배가 프랑스에 다녀와서 내게 카페에서 이야기를 늘어놓는 듯한 느낌이였다. 그런데 그 내용이 너무 재밌어서 엉덩이 한 번 안 떼고 열 시간도 기꺼이 들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ㅋㅋ

 

목차를 적어보자면...

  • 편안함에 관한 새로운 관점
  • 메멘토 모리
  • 먹기 위해  사는 사람들
  • 차가운 우정의 따뜻함
  • 가족, 혼돈과 질서 사이
  • 발견과 일깨우기의 육아
  • 성공할 것인가, 즐겁게 살 것인가
  • 연애의 문명

로 되어있다.

 

이 책을 일고 정말 편안함이란 무엇인지 프랑스인들을 보면서 돌아보게 되었다. 그들의 삶이 한국인들과는 분명 달랐다. 그렇지만 그들의 방식을 이해 못하겠는 건 아니였다. 주변을 봐도 그런 사람들이 있기도 할 뿐더러, 우리 모두 몇 번은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새로운 것이 있어도 계속 오래된 것을 유지하고 싶었던 기분과 애착...

 

그리고 프랑스라는 나라는 어떻게 먹고 살길래 사람들이 대충, 느긋하게 사는 것 같은데도(우리나라처럼 각박하게 일에 미쳐 사는 것 같지 않은데도) 부자 나라로 살고 있을까? 프랑스 나라의 산업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다. 취향의 산업이라고 작가가 언급한 부분이 있는데, 그런 명품이나 패선, 관광같은 산업으로만 먹고 사는 걸까? 설마? 궁금하다.

 

메멘토 모리는 죽음에 관한 내용이고, 먹기 위해 사는 사람들에서는 프랑스인들에게 음식은 무엇인지를 깊게 탐구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는 나는 프랑스에 가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ㅋㅋ 요리를 귀하게 여겨 주는, 요리사를 존중할 줄 아는 나라가 프랑스였구나!

차가운 우정의 따뜻함. 이건 내가 뉴욕에 갔을 때 느꼈던 미국인의, 뉴요커의 차가움을 회상하면서 읽어보았다. 이 부분은 외국을 다녀온 경험이 없었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였을 것 같다. 서양인들은 대게 오픈마인드고 밝고 적극적인 성격일거라고 생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상대방을 마주했을 때 불쑥 한 걸음 다가가는 일은 없는 것 같다. 서로 조금씩 걸음을 내딛다가 잘 맞는 사이인 것 같으면 같이 걸어가는 느낌? 우리나라 사람들은 잘 맞든 안 맞든 그냥 나이 묻고, 지역 묻고 가족 물어서 가까워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런데 요즘은 서로의 영역을 지키는 게 전보다는 훨씬 중요해진 것 같긴 하다. 아무튼 프랑스인의 차가운 우정을 나도 한 번 느껴보고 싶다.

 

프랑스인들의 가족에 대한 개념, 인식을 알 수 있는 목차였고, 육아 방식도 새롭게 알았다. 특히 밤에 아기가 기저귀가 젖거나 배고파서 울 때 그냥 내버려 둬서 아기가 안 울도록 적응시키는 것이 신선했다. 나의 부모님이 늘 언급했던 아기 키우는데 가장 큰 고충이었기 때문이다. 그것 외에도 우리나라 아이들이 엄청 울고 떼 쓰는 걸 자주 볼 수 있는데 그게 덜 하다는 프랑스를 상상하면서 부럽기도, 나중에 그들의 육아법을 배워서 해 보아야 겠다는 생각도 했다.

 

성공할 것인가, 즐겁게 살 것인가 목차에서는 정말 깊은 감동과 공감을 했다. 요즘 세대에게 정말 필요한 사상이 아닐까 싶다. 계층이동이 거의 불가능 한 프랑스이기에 사람들이 큰 야망과 욕심을 품고 살지 않는다고 한 부분이 신선했다. 사실 우리나라도 우리 세대부터는 정말 그러한 것 같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돈이 많은 집의 자녀나 여유로운 삶을 유지하지, 평범한 집에서는 그 평범함을 유지하기도 어려운 것 같다. 그 상황속에서 성공하겠다는, 상승하겠다는 목표는 애초부터 무모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한국 청년들은 어느 것을 바라보고 살아야 할까 고민이 많았는데 부분을 읽으면서 개인의 행복을 위해, 여유를 위해 살아야 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이 책에서 말하는 내용은 요즘 유행하는(?) 일본에서 시작된 소확행이나 미니멀리즘과는 약간 다른듯한 느낌이였다. 작고 간결하게 보다는 자신이 빠지고 싶은 것에는 깊게 빠져 탐닉하고 추구하는 것이 프랑스 느낌? 

그리고 대체 치즈와 와인이 얼마나 매력적인 존재이길래... 뭔가 어마무시한 느낌이 든다. 개인적으로 나는 와인은 아직 먹어본 적 없는데, 앞으로도 웬만하면 잘 시도하고 싶지 않다. 많이 외롭거나 인생이 심심해 죽겠을 때 시도하고 싶다. 한 번 맛 들였다가는 스스로 너무 피곤해질 것 같아서. 얼마 전에 치즈를 조금 먹어봤는데 요즘은 매일 치즈를 먹게 되버렸다. 아무튼...

 

마지막 목차인 연애의 문명또한 재밌게 읽었다. 사람이 사는데 정말 사랑보다 더 의미있는게 있을까? 

 

"하늘과 바다가 먹물처럼 검더라도, 우리의 가슴만큼은 광명으로 가득 차 있다···.

천국이건 지옥이건 무슨 상관인가? 만약 미지의 끝에서 새로운 것만 발견할 수 있다면."-<여행>시인 보들레르(215페이지) 

 

"어떤 목표를 이루는 것으로 내 인생의 성패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에 먹고 놀면서 느끼는 '즐거움'만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어떨까? 

어쩌면 프랑스인은 진짜 성공한 인생이란 성공하려고 발버둥치지 않아도 되는 인생이고, 진짜 행복한 인생은 행복이란 것을 믿지 않고 주어진 순간에 충실한 인생일 수 있다는 결론을 오랜 시행착오 끝에 얻은 것은 아닐까?"-(193페이지)

 

"프랑스인은 직장을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돈줄 역할이라고 인식하는 사람이 많다. ~ 요즘 한창 유행하는 '워라벨'은 상상도 할 수 없고, '일 자체가 인생의 의미가 되어야 한다'라고 외치는 실리콘 밸리의 구호와는 완전히 딴판이다."-(180페이지)

 

"어떤 나라든 이상적인 공동체의 모습이 있다. ~ 프랑스에서는 '솔리대리테(유대, 결속, 상관성)'가 넘치는 사회를 지향한다. ~ 인생에 대해 상대편이 내 편인지 적인지 신경 쓰지 않고 열띤 토론을 벌일 수 있는 사회다. 이것이 프랑스인이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공생의 개념이다."-(112페이지)

 

"율리시스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의 여왕에게 왜 굳이 자기가  필요한지 물었다. 칼립소는 신의 삶처럼 무료한 것이 없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석양이 아름답더라도, 영원히 매일 석양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 만약 인생의 시간이 무한해진다면, 이 역시 흔해진다. 영원한 인생에서는 어떤 생의 순간도 귀하지 않다. ~ 이런 지중해 문화의 철학 즉 삶은 죽음이라는 엔딩이 있을 때만 의미가 있다는 것을 철학자들은 '메멘토 모리'라고 하는데, 파리야 말로 그 자체가 거대한 메멘토 모리라고 말할 수 있다."-(57페이지)

 

 

앞으로 조승연 작가 책을 다 찾아 읽어보려한다! 

내가 배우고 싶은 것들을 먼저 배우고 경험한 사람의 뒤를 쫒아가자.

총총총 :)